이본 쉬나드, 사업가가 되기 싫었던 사업가

이본 쉬나드는 자기 입으로 "나는 사업가가 되고 싶었던 적이 한 번도 없다"고 말하는 사람입니다.
그는 원래 암벽을 오르던 클라이머였습니다. 1950년대, 마음에 드는 등반 장비가 없자 직접 대장간에서 피톤(바위 틈에 박는 쇠못)을 두드려 만들어 동료들에게 팔았습니다. 회사라기보다 "내가 쓰려고 만들다 보니 남들도 사 간" 쪽에 가까웠죠. 그게 파타고니아의 먼 출발점이었습니다.
흥미로운 건, 그가 사업을 키우는 방식이 보통의 성공 공식과 정반대였다는 점입니다.
잘 팔리던 피톤이 바위를 망가뜨린다는 걸 깨닫자, 그는 회사의 주력 상품을 스스로 단종시켰습니다. 매출 대부분을 차지하던 제품을 말이죠. 블랙프라이데이에는 신문에 "이 재킷을 사지 마세요(Don't Buy This Jacket)"라는 광고를 냈습니다. 더 많이 팔려고 안달하는 대신, 필요 없으면 사지 말라고 말하는 회사였습니다.
상식적으로는 망하는 길처럼 보였습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오히려 그 정직함에 열광했고, 파타고니아는 충성도 높은 팬을 가진 브랜드가 됐습니다.
그리고 2022년, 그는 회사를 통째로 내놓았습니다
2022년 9월, 쉬나드는 시가 약 30억 달러(한화 약 4조 원)에 달하는 파타고니아 지분 100%를 환경을 위해 넘기겠다고 선언했습니다. 매각도, 상장도 아닌 증여였습니다.
구조는 이렇습니다.
의결권 있는 주식 2% → 회사의 가치를 지키기 위한 특수목적 법인 '파타고니아 퍼포스 트러스트'로
의결권 없는 나머지 98% → 환경 위기와 싸우는 비영리재단 '홀드패스트 콜렉티브'로
매년 발생하는 약 1억 달러의 수익은 전액 기후·환경 보호 활동에 사용
그가 남긴 한 문장이 모든 걸 요약합니다.
"Earth is now our only shareholder." "이제 지구가 우리의 유일한 주주입니다." — Yvon Chouinard
여기서 배울 것
우리는 보통 "무엇을 더 팔까", "어떻게 더 키울까"를 묻습니다. 쉬나드는 평생 다른 질문을 던졌습니다. "이 회사는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
목적이 분명한 회사는 단기 매출을 포기하는 결정에서도 흔들리지 않습니다. 제품을 단종시키고, 사지 말라고 광고하고, 끝내 회사를 통째로 내놓을 수 있었던 건—그가 회사를 돈을 버는 수단이 아니라 가치를 실현하는 수단으로 봤기 때문입니다.
역설적이게도, 가장 돈에 연연하지 않은 그 태도가 가장 강한 브랜드를 만들었습니다.
무엇을 파느냐보다, 왜 파느냐가 결국 회사의 수명을 결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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