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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진, '디자이너가 무슨 사업이냐'는 말 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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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배달의민족

 

 

배달의민족을 만든 김봉진 의장의 이야기는 보통 '한글 간판 폰트'와 'B급 감성'으로 기억되지만, 그 전에 그는 두 번이나 바닥을 쳤던 사람이었다.

 

디자인을 전공한 그는 대기업 디자이너로 일하다 회사를 나와 가구 사업에 뛰어들었다. 직접 디자인한 가구를 파는, 멋진 그림이었다. 그러나 현실은 멋지지 않았다. 매장은 팔리지 않았고, 빚이 쌓였다. 인터뷰에서 그는 그 시절을 "내가 만든 것이 시장에서 외면당하는 경험"이라고 담담하게 회상한 적이 있다. 디자이너로서의 자존심과, 사업가로서의 무능 사이에서 그는 한동안 흔들렸다.

 

가구 사업을 접고 다시 디자이너로 돌아갔을 때, 그는 화려한 성공의 한가운데 있지 않았다. 평범한 웹 디자이너였고, 빚을 갚아야 했고, "나는 결국 사업 체질이 아닌가"라는 자기의심을 안고 있었다.

 

흥미로운 건, 그가 이 시기에 사업을 또 구상하면서 거창한 비전부터 세우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는 아주 작고 구체적인 불편에서 시작했다. 전단지를 모아 식당 정보를 정리하는 일. 형과 함께 동네를 돌며 버려진 전단지를 줍던 그 우스꽝스러운 장면이 배달의민족의 진짜 출발점이었다.

 

사진출처: 중앙일보

 

여기서 마음에 남는 건 결과가 아니라 태도다.

그는 자신이 가장 잘하는 것(디자인)을 버리지 않으면서도, 가장 못했던 것(사업)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다시 손에 쥐었다. 가구 사업의 실패는 그에게 '나는 안 된다'가 아니라 '내가 무엇을 모르는지'를 가르쳐 줬다.

 

무명 디자이너의 좌절은 '나는 평범하다'가 아니라 '평범한 사람의 눈높이를 안다'는 자산이 됐다. 배민의 그 친근한 말투와 디자인은, 한 번 무너져 본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겸손에서 나온 것이었다.

 

"잘하는 사람은 노력하는 사람을 이길 수 없고, 노력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을 이길 수 없다."

 

봉진 의장이 자주 인용하며 자신의 일하는 태도로 삼았다고 알려진 말이다. 바닥에서 다시 시작할 때, 이를 악물기보다 그 일을 좋아할 이유를 먼저 찾았던 그의 방식이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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