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슨 5,127번째 실패를 데이터로
제임스 다이슨은 1979년, 자기 집 청소기가 자꾸 막히는 게 짜증 나서 분해했다.
먼지봉투가 차오를수록 흡입력이 떨어지는 구조적 결함을 발견하고, 봉투 없이 원심력으로 먼지를 분리하는 '사이클론' 방식을 떠올린다. 아이디어 자체는 며칠 만에 떠올랐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그는 작동하는 시제품 하나를 만들기 위해 무려 5,126개의 실패한 시제품을 거쳤다. 자서전과 여러 인터뷰에서 그가 회상하는 그 시절은 영웅담이 아니라 지독한 반복의 연속이었다. 하나를 만들고, 미세하게 부품 하나를 바꾸고, 다시 만들고, 또 안 되고.
그 과정이 무려 15년에 걸쳐 이어졌다. 그동안 그는 별다른 수입이 없었고, 가정의 생계는 미술 교사였던 아내 디어드리가 그림을 가르치며 버텼다. 집을 담보로 빚을 졌고, 빚은 점점 불어났다.
다이슨이 훗날 가장 솔직하게 털어놓은 건 실패의 횟수가 아니라 그 사이사이에 찾아온 자기의심이었다.
"내가 틀린 건 아닐까. 5천 번 안 됐으면 원래 안 되는 거 아닐까."
그는 한 인터뷰에서, 매번 실패한 시제품을 보며 좌절했지만 동시에 그 실패가 '다음에 무엇을 바꿔야 하는지'를 정확히 알려주는 유일한 정보였다고 말한다. 실패가 데이터였던 셈이다.
15년 끝에 작동하는 모델을 완성했지만, 시련은 끝나지 않았다. 영국과 미국의 기존 제조사들은 그의 청소기를 받아주지 않았다. 먼지봉투를 파는 게 큰 수익원이었던 그들에게, 봉투가 필요 없는 청소기는 자기 사업을 갉아먹는 위협이었다.
결국 그는 직접 회사를 차렸다. 50대가 다 되어서야. 다이슨 청소기가 처음 큰 성공을 거둔 곳은 영국도 미국도 아닌 일본이었다.
흔들렸던 15년, 5,126번의 "안 됨"을 통과한 사람의 이야기다. 천재의 직관이 아니라, 의심 속에서도 다음 한 번을 더 만들어본 사람의 기록.
"I made 5,127 prototypes of my vacuum before I got it right. There were 5,126 failures. But I learned from each one."
"청소기를 제대로 만들기까지 5,127개의 시제품을 만들었습니다. 그중 5,126개는 실패였죠. 하지만 그 하나하나에서 배웠습니다."
— 제임스 다이슨. 실패의 숫자를 부끄러워하지 않고 정확히 세는 태도가, 그 자체로 그의 방법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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